오늘, :: 2009/12/27 22:56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모여 오빠의 결혼상견례 자리에 참석하셨다.
큰 아버지 내외는 삼십년 살며 열번도 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다지 정이없는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오빤, 한국에 들어오면 종종 재밌게 놀기도 했고,
영국을 밟던 그 날도 넉넉한 시간을 같이 보내진 못했지만 나름 돈독한 마음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축하의 한마디 전할 틈을 주지 않아 조금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이것저것 꾸미셔야 하는 엄마는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으셨나보다.
뭐가 없네 뭐가 없네 투덜투덜 대시다 그냥 대충하지모라며 시큰둥한 태도로 돌변하셨다.
눈치없는 아부지의 말과 행동에 더 토라지셨고.
그냥 맘이 좋지않아 화장품들을 바리바리 챙겨 안방에 자리를 깔고
어무이 얼굴에 화장을 조금씩 고쳐드렸다.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들렀다가 화장도 약간 받고 돌아오셨는데 좀 어설퍼 보여서
속눈썹만 약간 다듬어 주려 시작했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손톱에 매니큐어도 발라드리고, 아이섀도우로 주름 깊어진 눈과, 반짝이도 조금씩 넣어드리고...
몇년전만 해도 '동안'이라며 혼자 흐뭇해하시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부쩍 늙으셔서 주름도 많아지셨고 탄력도 잃고 피부도 많이 거뭇해지셨다.
관리를 조금 하시면 좋으련만
엄마가 아빠를 끌고끌고 양복을 마련해주시듯,
내가 그렇게 끌고끌고 앉혀놓지않으면 아무것도 하지않으신다.
그냥, 그렇게 십여분을 엄마얼굴을 멀뚱히 보며 화장을 고치면서,
어제 했던 생각의 소용돌이가 또 일기시작했다.
아직은 누군가와 엄마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울어버린다던가 코끝이 금새 시큰해져버린다던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냥, 이런마음들이 내 속에서 불거진다는 사실이 난 싫다.

얼마전인가 동네친구분 딸 결혼식에 다녀오시면서
너무너무 창피했다며 투덜투덜 대시던 엄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뭐가 아까워서 좋은옷 한벌도 못해입는지 모르겠다며 투덜하시던,
그러면서도 결국 좋은 옷 한벌은 해입지 않으시는,
그런것들이 여전히 "엄마"라는 역할이 해야하는 의무중에 하나라면,난 견뎌내지못할것같다.
이십대 후반부터 부쩍 강해져가고 늘어가는 나의 모성을 발견하면서
치를 떨고있고, 여자로 살기 싫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던 나로썬,아마도.

스스로 나를 괜찮다고 여기는 이유중에 하나는,
내 기준의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런 나의 생각들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스스로 이상하게 여긴다거나 그런 생각들을 억지로 타인의 기준과 엇비슷하게 맞추려고
쓸데 없이 노력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않는다 점이다.
저또한 이런나의 생각들 처럼 괜찮아졌음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조금 살만해졌는데, 이런 보편적인 관점들에 휘둘리며
머리를 쥐어뜯는다거나 하는 일들이 없길 바라며,
그리고, 어제 오늘 엄마의 감정들에 동요되어 똑같은 류의 착한 딸은 되지 않길 바라며,


...........

이런 마음이 자꾸 이는 내가, 싫은 이유는,
아직은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럼 언제냐며 묻겠지만,
여전히 난 혼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줄곧 그럴 내게
기대져 오는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마주보며 눈물 흘릴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여전히 아직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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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22:56 2009/12/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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